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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 탈출은 지능순? 그 말의 성적표가 올해 뒤집혔습니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 그 말의 성적표가 올해 뒤집혔습니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 국내 증시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미국 주식으로 떠난 투자자들이 남긴 말입니다. 떠난 사람이 웃고, 남은 사람이 물렸다는 뜻이었죠. 그런데 올해 이 밈의 성적표가 뒤집혔습니다. 코스피는 연초 4,200선에서 출발해 5월에 8,000선을 넘어섰고, 이 상승률은 글로벌 주요국 증시 가운데 1위였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다음입니다. 국내로 돌아왔던 서학개미 자금이 두 달 만에 다시 미국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누가 맞았는지, 숫자로 채점해 보겠습니다.

채점부터 하겠습니다, 올해는 누가 이겼나

먼저 국내 성적입니다. 코스피는 연초 4,200선에서 5월 8,000선까지 올랐다가, 조정을 거쳐 8월 현재 7,000선을 다시 두드리고 있습니다. 조정을 다 반영해도 지수만으로 연초 대비 60%가 넘는 상승입니다. 대표 종목은 더 가팔랐습니다. 5월 중순 기준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146%, SK하이닉스가 202% 올랐습니다.

미국은 어땠을까요. 나스닥은 올해에만 조정을 두 번 겪었습니다. 3월에 고점 대비 13.4%, 7월에 다시 10.1% 내렸습니다. S&P500은 6월 2일 7,910으로 사상 최고를 찍었지만 이후 밀렸고, 8월 들어서야 석 달 만에 반등하는 중입니다. 올해만 놓고 보면 한 자릿수 상승, 코스피와는 비교가 어려운 성적입니다.

여기에 환율이 한 번 더 갈랐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8월 중순 1,415원대까지 내려왔습니다. 원화가 강해지면 달러로 들고 있는 자산은 가만히 있어도 원화 기준으로 줄어듭니다. 미국 주식의 애매한 상승분을 환손실이 갉아먹은 해, 그게 서학개미의 2026년 상반기였습니다.

여러 지수 곡선 가운데 홀로 가파르게 오르는 라임색 상승 곡선, 올해 코스피의 독주를 상징

이 논쟁이 달아오르기 직전의 시장 분위기는 코스피 6,600선 앞 숨 고르기에 기록해 뒀습니다.

그런데 서학개미는 왜 두 달 만에 돌아갔나

자금 흐름을 월별로 따라가 보면 왕복 여행이 보입니다. 예탁결제원 집계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는 3월 16억 9천만 달러(약 2조 4천억 원)로 급격히 줄더니, 4월에는 46억 9천만 달러(약 6조 6천억 원), 5월에는 94억 달러(약 13조 3천억 원)를 순매도했습니다. 월간 순매도로는 이례적인 규모입니다. 같은 기간 개인은 코스피에서 3월 한 달에만 39조 9천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5월 한때 300조 원을 넘었던 미국 주식 보관액이 6월 초 1,919억 달러(약 272조 원)로 줄어든 배경입니다. 여기까지가 국장 귀환입니다.

그런데 6월부터 방향이 다시 바뀝니다. 6월 63억 3천만 달러, 7월 46억 4천만 달러를 도로 순매수하며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명분은 있었습니다. 미국 반도체 주식이 크게 조정받자 저가 매수 수요가 몰렸고, 코스피 급등이 과열이라는 경계도 커졌습니다. 외신에서 코스피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이 무렵입니다.

냉정하게 보면 뼈아픈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국장으로 돌아온 시점은 코스피 8,000 부근, 그러니까 고점 근처였고, 조정을 맞은 뒤에 다시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밈이 비꼬던 행동, 오른 다음에 사고 내린 다음에 파는 그 패턴을 방향만 바꿔 반복한 셈입니다.

두 개의 탑승구 사이 회전판 위에 놓인 여행가방,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 사이에서 오간 서학개미 자금을 상징

외국인이 사는 날 개인이 파는 게 음모가 아니라 산수라는 것은 외국인 순매수 날 개미는 왜 팔까에서 구조로 뜯어봤습니다.

그래서 지능순이라는 말은 맞았나, 틀렸나

답은 어느 구간을 채점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을 창으로 잡으면 밈이 맞았습니다.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혀 있는 동안 미국 지수는 큰 폭으로 올랐고, 밈은 그 시절의 데이터에서 태어났습니다. 반대로 2025년부터 올해까지 2년을 창으로 잡으면 남아 있던 쪽이 압승입니다.

그럼 앞으로는 어느 쪽일까요. 여기서부터는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구조가 바뀌었다는 쪽입니다. 상법 개정과 밸류업 정책, 개인 자금의 복귀가 국내 증시의 체질을 실제로 바꿨고, 지금의 조정은 상승 중의 눌림이라는 해석입니다. 다른 하나는 유동성 랠리라는 쪽입니다. 글로벌 자금이 도는 한 국면일 뿐이고, 랠리가 끝나면 밈은 부활한다는 해석입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어느 쪽인지 판별해 줄 날짜는 정해져 있습니다.

지금 코스피가 어디쯤 와 있는지는 코스피 7,000 재도전, 3주 전엔 하루 만에 무너졌던 이유에 이어집니다.

판별 기준 세 개, 날짜에 표시해 두세요

첫째, 8월 27일 금융통화위원회입니다. 기준금리는 현재 2.75%, 인하 사이클이 끝났다는 평가 속에 추가 인상 여부가 걸려 있습니다. 동결이면 증시를 누르던 유동성 우려가 한숨 돌리며 재평가론에 힘이 실리고, 인상이면 랠리의 비용이 올라가며 유동성 랠리론 쪽으로 기웁니다.

둘째, 8월 31일 MSCI 분기 리밸런싱 적용일입니다. 한국은 지난 6월 선진국 지수 관찰대상국 등재에 다시 실패했고, 다음 기회는 내년 6월입니다. 이번 리밸런싱 전후로 외국인 순매수가 유지되면 수급의 체질이 바뀌었다는 쪽, 지수 이벤트에 맞춰 자금이 빠져나가면 이벤트성 랠리였다는 쪽입니다.

셋째, 9월 초에 나오는 예탁결제원의 8월 집계입니다. 서학개미가 6월과 7월처럼 미국 주식을 계속 사들이고 있으면 밈은 아직 살아 있는 것이고, 순매도로 돌아섰다면 국장 복귀 2라운드가 시작된 것입니다.

결국 “국장 탈출은 지능순”은 진리가 아니라 특정 구간의 성적표였습니다. 다음 구간의 성적표는 위의 세 날짜가 채점을 시작합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이나 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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